영생하는 생명체 홍해파리 (Turritopsis dohrnii, importal jellyfish)

이번 글에서는 노화와 관련되어 조사를 하다가 알게 된 이론적으로는 영원히 살 수 있는 홍해파리 투르토프시스 도르니(Turritopsis dohrnii)에 대해서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영생 해파리라고 잘 알려져 있는 투르토프시스 도르니(Turritopsis dohrnii)는 예전에는 투르토프시스 누트리큘라(Turritopsis nutricula)와 같은 종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이후의 연구에서 서로 다른 것이 밝혀져서 지금은 별도의 종으로 분리하고 있습니다. 도르니라는 종명은 1883년 나폴리의 안톤 도른 동물원 설립자인 안톤 도른을 기리기 위해 명명되었다고 wikipedia에 나와 있습니다. 

 

이 신비한 생명체를 처음 발견한 페르디난도 보에오 교수(이탈리아 살렌토대학)의 회고글에 따르면 발견은 정말 우연히 이루어졌습니다. 

1980년대에 방문연구를 온 Sommer 라는 독일 학생과 첫 번째 제자인 Bavestrello가 히드라의 일종인 투르토프시스 누트리큘라를 채집해 왔습니다. 그리고는 잊어버리고 있다가 다시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는데 이 히드라는 죽지 않고 오히려 발생 초기인 폴립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흥미를 느끼고 계속 관찰한 결과 성적 분화를 이룬 뒤에 대한 발생 초기 상태로 가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위처럼 위 회고글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우선 이 동물의 생애 주기를 알아야 합니다. 일단 성체 개체가 암컷, 수컷으로 분화를 하고 나면 난자와 정자를 생산하게 됩니다. 이 둘이 수정이 일어나면 플라눌라(planula)라는 애벌레를 만들게 되고 이 애벌레는 바다 밑바닥에 붙어서 폴립(polyp)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러면 이 폴립에서 메두사가 만들어지고 이 메두사가 성체로 발달하면 다시 난자와 정자를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홍해파리의 경우에는 이 성체에서 정자와 난자를 만드는 과정을 생략하고 자기 스스로 외부의 스트레스등의 원인으로 인하여 바로 폴립으로 돌아가는 것이 관찰된 것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성체 남자와 여자가 갑자기 갓난아기가 된 것과 같고 나비로 치면 성체나비가 갑자기 애벌레가 되는 것과 같다고 할까요.

위 회고록에 나와있는 그림을 보면 확실히 이해가 갑니다. 아래 왼쪽 그림처럼 원래 성체 암컷, 수컷의 메두사에서 난자, 정자가 수정되어 플라눌라가 형성된 다음 폴립이 만들어져야 하지만 영생 해파리의 경우에는 오른쪽 그림처럼 그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폴립으로 되돌아갈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히드라의 생애 주기	홍해파리의 생애 주기
출처: https://thebiologist.rsb.org.uk/biologist-features/everlasting-life-the-immortal-jellyfish

제가 이 사실을 알게 된 논문은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168952523001865 을 통해서였는데요 이 논문에서는 영생 홍해파리와 같은 자포생물 해파리는 DNA 수선이나 복제, 텔로미어의 유지, 산화 스트레스, 줄기세포 유지, 세포 간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많이 분포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immortal cnidarian jellyfish exhibit expansions in genes associated with DNA repair and replication, telomere maintenance, oxidative stress, stem cell maintenance, and intercellular communication

일단 이것 만으로는 어떻게 다시 유아기로 돌아갈 수 있는지가 설명은 되지는 않지만 분자적으로 돌연변이가 일어나지 않고 세포가 늙지 않는 장치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는 보이네요.

 

이번 글에서는 제가 잘 모르던 것을 알 수 있는 기회여서 재미가 있었습니다. 생명의 신비는 정말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빨리 이 신비한 생명체의 비밀을 사람에게도 적용해서 노화에 의한 질환들을 치료할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